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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치있는 생산자의 순례 : 손세훈 평론집

손세훈 지음 | 퍼플 | 2014년 07월 02일 출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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상품상세정보
ISBN 9788924016086
쪽수 490 쪽
크기 153 * 225 m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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책소개

98년 민음사 세계의 문학 여름호에 평론으로 등단하여 독일에서 철학과 비교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첫 문화평론집. 그동안 각종 매체를 통해 발표한 산문들을 모았다.

저자 서문

아주 오래전에 한국에서 유행한 책 중에서 ‘내가 배워야 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’가 기억난다. 이미 그 책을 내가 읽었는지 아니었는지 조차 희미하지만, 철학과 문학이라는 것에 집착하여 보낸 세월 안에서 참으로 커다란 의미나 지식을 배워 왔다기 보단, 10대 후반에서부터 시작하여 독일 생활을 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 끝마침을 하게 된 사춘기의 몽상 속에서 이미 굳어져 버린 편린들을 주워 모은 것이 아닌가 하고 스스로 되묻곤 하는 것은 그 책의 제목과 닮아있다. 그리고 내가 그 조각들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은 극히 한정된 것이었다는 일종의 수긍만 있을 뿐.

노력과 성실의 미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. 그러나 이것들이 지닌 좋은 점만큼이나, 자신 스스로 어느 사물에 몰두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고, 시간이 꽤나 걸렸다. 지금도 그렇지만,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너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곤 한다. 너의 꿈, 그리고 당연히 그로 인해 받게 될 보상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 같이 빠지곤 하는 그런 대화들.

어릴 적 나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. 이는 서울의 명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시고, 좋은 직장을 다니시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으리라. 아들 하나에다 정신적으로는 어느새 누나인 척하는 한 살 터울인 여동생과 내성적인 성격은 그런 희망에 대한 회의를 가지는데 전혀 장애물은 아니 된 것이다.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인해 시작된 방황 속에서, 그저 뜻없이 가게 된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, 그저 나중에 내가 좋아하는 인문학을 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한 나는 어찌 보기엔 아직 어릴 적의 유복한 생활이 그리워서일지도 모르고, 또는 아직은 후에 내가 선택해야 할 길에 대한 의문과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.

“항상 어릴 적부터 네 머리 위엔 읽다가 만 책이 수북이 쌓여 있었지.” 고등학교에서 국어와 가정을 가르치신 어머니가 창고에 쌓아놓은 리더스 다이제스트와 먼지 쌓인 세로식 글쓰기로 된 헌 책들을 찾아 내어 읽는 것이 중학교 이후 커져버린 호기심을 달래는 방법이었다. 대학에 가서도 시 동아리에 참석하여 윤독한 책들과 선배들과의 이야기. 밤늦게 까지 도서관에 남아 책을 읽고 나서 그 기분들이 몸 안에 새겨지는 기분이 좋아라 하던 기억들, 군대 시절 건빵주머니에 항상 들어있던 책들의 추억에 대해 아직도 묻곤 한다. 그것이 일종의 도피였을지, 아니면 또 다른 선택에 대한 설레임이었는지에 대해서.

저자소개

저자 : 손세훈



98년 민음사 세계의 문학 여름호에 이문열의 소설에 관한 평론을 기재하여 평론가로 등단하였다.

그 후 독일 뮌스터, 튀빙엔, 프라이부르크에서 철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2006년에 귀국하여 건국대, 한양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.

저서 : 독일 탱고 이야기 1, 2
사고와 표현 시리즈 외 기타 수험서 다수 발간

목차

0101 부터 1231 까지 날짜순으로 문학, 철학, 영화, 사회, 미학, 수사학, 탱고와 관련한 글들을 나누어 싣고 있다.  

(서문 계속)

 누가 운을 믿는지에 대해 묻는다면, 난 믿는다는 쪽이다. 이는 적어도 최소한 그렇게 믿어져야 하는 일이 아닌가. 독일유학을 생각하고, 계획했으나 경제위기로 좌절되었을 때, 우연히 인터넷에 올린 글이 발탁되어 평론으로 등단하게 된 것에 대해선 적어도 이 기준이 들어가야 한다. 그리고 그 후에 독일생활을 하게 되면서 숱하게 받게 되는 “왜 철학하냐?”는 질문을 받았을 때, 일종의 자기방어 역할을 충실히 해준 것은 고마운 일이고 좋은 운이라고 봐야 한다. 

 책 출판과 나의 내성적인 성격 탓으로 인해 학교를 바꾸게 된 일과, 박사논문이 조금 남았지만 한국에 들어오게 된 상황도 아직 주워 모으지 못한 조각들을 모으기 위한 것이라고. 그래서 완성해야 될 어떤 종점에 가서야 판단할 수 있는 일이라고 생각하는 것은 이미 반복된 삶에 대한 고정된 시각이 되어버렸다. 이런 수긍들이 어릴 적 천주교 성당을 다니게 되면서 가지게 된 방법이었는지, 아니면 또 다른 선택들을 향한 도정에 있는 것인지 항상 묻곤 한다. 그래도 책은 항상 읽고 있어야 할 듯 하지만 말이다. 

 여러 일을 하면서 내 이름을 네이버에서 검색하면, 인물정보에 사진이랑 약력, 하는 일이 맨 위에 뜨게 되지만, 내가 바라는 직업명은 평론가 였다. 

 20대 초 아직은 인터넷이 아니라, 통신하던 시절,  3대 통신사 중 나는 주로 나우누리에 살았고, 가끔 천리안 친구 아이디로 들어가곤 했다. 주로 하는 게 영퀴(영화퀴즈)방, 잡퀴(상식퀴즈)방!! (퀴즈를 내는 방인데.. 조그만 힌트를 주면서 문제 낸 사람이 낸 답을 유추해 알아내는 대화방)에서 하나의 지적인 자극을 얻던 추억이 생각난다. 

 그리고 한국에 들어와서 2009년부터 플라멩코, 스윙, 탱고 라는 춤문화를 접하며 음악과 플로어를 관찰하는 신중하고 설레는 집중을 배운다. 내 앞에 선 사람을 향한 몸과 마음의 집중, 닿은 볼과 어깨를 감싼 팔이 1mm라도 더 편안하고 자연스러운 위치를 찾아가는 끊임없는 조율, 편안함 마음을 주어야만 비로소 내가 꽉 차는 경험. 

 지금 내가 하고 있는 일에 대해 잘 하고 있는지, 정말 내 일인지 생각해 볼 때면, 이상하게도 내가 호감을 가지고 있는 일들을 가진 동명이인을 보곤 한다. 또 지인들의 이름을 검색해 보면, 그들도 다른 사람이지만, 참 비슷한 직종의 일을 하고 있는 사람들이 많다.
 
 내가 살아간다는 게, 스스로 개척이 아니라, 이미 정해진 길을 가고 있다는 것. 

그리고 이 책의 제목도 역시 누군가와의 만남에 신세를 지고 있음을 밝히며 앞으로 더 걸어가야 할 길에서 작은 문화평론집이라는 다음의 만남의 계기를 그려본다. 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2014년 7월 여름날 서울에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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